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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 내비치지않았고도련님을 생각하는 마
한옥은 폐인이 되었었소. 예전의 영명했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그 어떤 것에도 의욕을 보이지 않았지. 하지만, 한옥은 나약하지만은 않은 남자였소. 천성적으로 그럴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오.” 경마장 청풍의 눈이 반짝 빛났다. 들리는 목소리에서 격동이 느껴진 까닭이다. 매한옥에게는 대체 어떤 변화가 생겼던 것일까. “마침내 방에서 나온 한옥은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하고 있었소. 하지만 두 눈만은 모든 번민을 털어버린 것처럼 맑기만 했소. 그리고 말했지. ‘음(音)’을 가르쳐 달라고.” 경마장 ‘음(音)을.......?’ 악(樂)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경마장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새 길을 찾겠다는 이야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이기는 할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경마장 “한옥은 그렇게 금(琴)을 시작했소. 그가 지금 배우고 있는 곡이 바로 ‘풍부지’요. 방금 들려드렸던 그 곡이지.” 매한옥이 금을 탄다. 어색한 손놀림으로. 경마장 이것만은 쉽게 연상되지 않았다. 청룡검을 잡기 전까지. 경마장 출중한 매화검수로서의 모습만을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검사(劍士) 매한옥이 아니라 악사(樂士) 매한옥이라면 도통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사실, 검을 잡던 손으로 새롭게 악기를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오. 더욱이 내력까지 운용할 수 없는지라, 진도가 느릴 수밖에 없소. 그래도 용케 잘 배우고 있지.” 경마장 형기민이 미소를 지었다. 폐인이나 다름없던 그가 삶의 의욕을 되살리고 있다는 사실이 기껍다는 얼굴이었다. 경마장 그러나 청풍은 마주 웃어줄 수가 없었다. 새 길을 찾는다? 그것은 달리 말해 ‘포기’나 다름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마장 그래서 청풍은 물었다. “그럼, 매사형 본인은 이제 괜찮답니까.” 경마장 민감한 질문이다. 형기민의 얼굴에 피어올랐던 미소가 굳어지고,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침묵만이 남았다. 경마장 그 때였다. “그것은 형님 스스로만 아는 것이겠지요.” 여기까지 잠자코 있던 안소의 목소리였다. 형기민 대신 나서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경마장 “적어도 한옥 형님은 지금 무언가 다시 시작하려는 중입니다. 그 전까지는 누가 보더라도 안타까울 상태였지요. 그렇기에 저는 검수님이 한옥 형님을 만나는 것,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아,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마십시오. 다만 이제 와 다시금 무공의 길을 보여 줌으로써 형님을 흔들리게 만드는 것이 걱정될 뿐이니까요.” 경마장 “무공이라면.......악사님들의 음(音)에서도 볼 수 있을 텐데요.” 청풍의 지적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경마장 이들의 악곡은 이면에는 정심한 내공이 존재하고 있다. 완벽한 연주 기법. 경마장 탄금의 선율 속에 깃든 힘.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닌 것이다. 고수 수준에 이른 내력 없이는 그런 곡을 뽑아내기 힘들 것이고, 운기를 할 수 없는 매한옥은 조만간 한계에 부딪치리라. 그러면 또 다른 좌절만이 기다리고 있지 않겠냐는 질문이었다. 경마장 “분명 우려할만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음(音)과 무공은 엄연히 다릅니다. 악곡에 있어 내공이란 또 다른 연주 기법에 지나지 않아요. 아니, 애초부터 악곡의 깊이는 내공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운기토납을 전혀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감동적인 곡을 뽑아낼 있는 법이지요. 사람이 살아가는 길에는 무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옥 형님도 이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요.”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경마장 세상에는 무공 외에도 나아갈 길이 무궁무진하다. 반드시 무공만 고집할 수는 없는 법. 경마장 그러나 청풍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그것은 매한옥 스스로 온전하게 선택한 길이 아니다.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이 붙잡은 길일 수 있다. 경마장 매화검수 매한옥. 속가 최고의 무재(武才). 경마장 게다가 같은 사문의 사형이다. 물론 사형으로서 매한옥이 청풍에게 해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마장 그래도 가만히 놔 둘 수는 없다. 청룡검을 잡으면서 땅에 떨어진 매화 향기라면, 청룡검의 주인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