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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원◀ 좋은 군주란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부
림인들 이상으로 담대한 자였다. 일군을 호령하는 대제독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마영정은 연선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레이스원 대신 권욱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배는 있겠지?" 레이스원 마영정의 얼굴을 돌아 본 권욱이다. 그개 고개를 끄덕이며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입니다. 악양에 터를 잡았는데 배가 없을 리 있겠습니까." 레이스원 의도한 바가 아니다. 그녀는 마영정에게 배를 구하고 있다 말하지도 않았다. 레이스원 그러나 그가 먼저 배를 찾는다. 난데없는 괴인의 습격이 마영정의 마음을 한꺼번에 돌려놓았던 것이다. "동정호로 나가자. 당장." 레이스원 한번 결정한 일에 다른 사소한 이유는 중요한 것이 못 된다. 마영정은 제독이다. 레이스원 육지에서 아무리 고민을 해도, 물 위에 나가서 직접 부딪치는 것만 못하다. 연선하의 말마따나 군함들이 미심쩍다면, 직접 그 위에 올라 상황을 알아보면 되는 일이다. "제독, 동정호로 나가시겠다면 저희도 함께 데려가 주시면 좋겠어요." 레이스원 "함께 싸울 생각인가?" "그런 것은 아니에요. 저희는 군산으로 가야 하지요." 레이스원 "군산으로 간다. 그러니 거기까지 데려다 달라?" "그런 셈입니다." 레이스원 "왜 나를 찾아왔나 했더니, 처음부터 그런 의도였던 모양이군. 저 전장을 돌파하려면 보통 뱃사공으로는 확실히 무리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군 제독의 힘을 구한다라... 여인의 배포가 이만 저만이 아니야." 레이스원 마영정이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주렴을 들추고 나오는데, 사방에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레이스원 구석에 웅크리고 숨어 있던 점소이들. 권욱이 그들에게 다가가 몇 마디를 지시하고는 바깥으로 따라 나왔다. 레이스원 부서진 용린루의 벽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는 얼굴을 찌푸리고는 일행의 앞으로 나섰다. 그가 마영정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쪽입니다. 크지 않은 배라 제대로 된 싸움을 하기에는 무리입니다." 레이스원 "괜찮다. 빼앗으면 되니까." "아, 그때처럼 말이군요." 레이스원 "그래, 중산해전(中山海戰)" "피가 끓어 오릅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레이스원 격렬한 싸움터로 가야 하는 그들인데, 마치 유람이라도 가는 듯하다. 사공을 구해야 했다? 레이스원 사공을 구했다면 제대로 구했다. 전장의 부하와 과거의 전투를 이야기하는 대제독이니, 그 이상의 뱃사람을 어디서 구할까. 흑연(黑煙)과 화광(火光)을 향해 걸어가는 네 사람이다. 레이스원 동정호 호변에 이르러 선착장을 찾았다. 수상의 싸움을 피하여 몰려든 선박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곳입니다." 레이스원 권욱이 그들을 이끌어 온 장소는 선박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 지역이었다. 조악하게 지어진 커다란 목조 건물 하나가 그들 앞에 있었다. 레이스원 호면에 접해 있는 건물, 그가 가까지 다가가자 안쪽으로부터 방만한 옷차림을 지닌 세 명의 청년이 어슬렁거리며 걸어나왔다. "형님, 오셨습니까?" 레이스원 "그래. 별일들은 없고?" "별일이야 저 한가운데 있습죠. 왜 저렇게 난리랍니까." 레이스원 "그걸 알아보러 왔다." "정말입니까? 간만에 한바탕 치르는 건가요?" 레이스원 "한바탕 치러야지. 용아(龍牙)는?" "당장이라도 나갈 수 있지요. 손님들도 함께 벌이는 모양입니다?" 레이스원 "말조심해라. 이분이 내가 모시던 그분이시다." "아! 이분이......" 레이스원 마영정을 가리키는 손짓. 건들거리며 권욱과 대화하던 청년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레이스원 "형님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대두목님을 뵙습니다." 대두목이라니, 참으로 엉뚱한 호칭이었다. 레이스원 멀뚱대던 두 청년까지도 허둥대며 다가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권욱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었다. "소싯적에 수적질을 할 때부터 인연이 있었던 놈들입니다. 말버릇 자체가 워낙 이런 놈들이니, 부디 개의치 마십시오." 레이스원 "자네, 함께 가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위험하지 않겠나?" "괜찮습니다. 이래 보여도 배를 다루는 솜씨가 일품이지요." 레이스원 "싸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