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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이◀ 하지만 그의능력이라면 충분히 포러스
같은 편들마저 놀란 듯, 장강 사내들 사이에서도 웅성거림이 번져갔다. “원래 그런 것이오? 장강의 싸움은?” 덕이 “당신에게 그런 투의 질문을 들어야 할 까닭이 없소. 그 싸움에 더 끼어봤자 개죽음일 뿐이오.” 뻔뻔한 남자였다. 덕이 장강을 품고, 대강을 가로질러, 장강의 바람을 되찾겠다는 꿈. 그 꿈을 꾸고 있던 사내들에게 있어 이보다 실망스러운 말이 있을까. 덕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개죽음을 당할 바에는 모두가 도망치는 것이 낫다. 어차피 질 싸움이라면 한 시라도 빨리 벗어나는 게 목숨을 부지하는 길이리라. 덕이 “.........한 가지만 묻겠소.”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좋소. 얼마든지 물으시오.” 덕이 차라리 비협조적이었다면 도리어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른다.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꼬박꼬박 답하는 류백언의 모습은 청풍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수로맹은, 수로맹주는 지금 어디에 있소?” 덕이 “그것은 알아서 무얼 하시게?” 화아아아아악! 덕이 참았던 힘. 기어코 드러나고 만다. 덕이 청풍의 진신진력이다. 사람들로 길을 만들며 걸어오던 것보다 열 배는 강한 기파였다. 덕이 이글이글 끌어 오르는 격노(激怒)가 청풍의 전신에 기(氣)의 열풍(熱風)을 만들었다. 한 발 물러나는 류백언의 이마에 식은땀이 돋고, 뒤에서 지켜보는 매한옥의 몸에 전율이 일었다. 덕이 “말하라. 수로맹주는 어디에 있나.” 류백언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그려졌다. 덕이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할 수 없다. 직접 찾아 봐.” 덕이 류백언과 청풍의 시선이 격하게 충돌했다. 무서운 공방이었다. 덕이 몸을 먼저 돌린 것은 청풍. 그가 한 마디를 남겼다. 덕이 “실망스럽군. 이곳에서 얻을 것은 없겠어.” 청풍의 말에 류백언의 비틀린 미소가 더욱 더 짙어졌다. 덕이 가면 같은 웃음, 어떤 마음을 감추려는 것인지는 모른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청풍은 류백언에게 실망스러움을 느꼈고, 그와 같은 자와는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가 않았다. 덕이 물론, 이 자에게서는 쓸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얻는다 해도, 배반자 무리들에게 얻은 정보일 수밖에 없다. 류백언 같은 자와 왈가왈부하면서 구차하게 정보를 얻어내고 싶지는 않았을 따름이었다. 덕이 터벅. 터벅. 이미 열려진 사람들을 길을 그대로 돌아 나왔다. 덕이 “때로는 휘어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뒤따라 온 매한옥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덕이 옳기는 옳은 충고다. 정보가 있는데도 이렇게 돌아 나온 것은 바보짓이다. 이곳에서 확실히 엮어 가기로 하지 않았던 가. 그런데.......못 참고 나왔다. 덕이 한 때의 혈기(血氣)다? 혈기가 아니라 협기(俠氣)다. 덕이 협이라는 말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존심. 그러나, 그렇다 해도 지혜로운 처사는 되지 못한다. 조금 더 약았다면, 조금 더 머리를 굴렸다면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리라. 덕이 하지만, 또한 그렇기에 청풍은 오로지 청풍일 수 있는 것이다. “하기사, 그런 놈과 계속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웠겠지.” 덕이 류백언.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덕이 그랬다. 청풍은 진심으로 실망했다. 덕이 첫 인상이 위험해 보이기는 했지만 악한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 뿐인가. 덕이 청풍의 압도적인 기파를 온 몸으로 받으면서도 물러나지 않던 그 기백은 누구에게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류백언의 두 눈에 있던 것은 될 대로 되라는 객기가 아니었다. 덕이 오히려 들끓는 의기(義氣)가 보이고 있었다. 헌데, 어찌하여 배신자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덕이 그렇기 때문에 더 큰 실망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의기를 감추고 스스로를 외면하는 자. 비겁한 자로 보일 뿐이다. 능력이 있음에도 비겁하게 도망치는 자를 앞에 두고, 어떤 것을 구하기에는 청풍이 지닌 협의가 너무나도 정대했을 뿐이었다. 연사진에 밤이 내렸다. 덕이 선착장의 배들은
